서해 연평도어민들 "평화수역 찬성, 남북공동어로 반대"

2018-10-08 11:41:58 게재

11월 국회 토론회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평화수역은 찬성하지만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연평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있는 섬으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와 함께 서해5도로 불린다.

성도경(51) 연평도어민회장은 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서해평화수역을 만드는 것은 환영하지만 특정한 수역을 정해 그곳에서 남북 어민들이 함께 고기잡이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이곳 어민들 생각은 같다"고 강조했다. 어민 박재복(50)씨도 "북한과 우리는 고기잡는 방식이 달라 서로 다툴 수 있다"며 "공동어로는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남북공동어로구역은 지난달 19일 남북 정상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문'과 부속합의서인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명시됐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 중 하나로 '(남북) 쌍방은 서해 해상에서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조업하는 연평도 어민들은 '평화수역 찬성, 공동어로 반대'로 양 정상의 합의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목소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어민들이 공동어로를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남북 어민들의 고기잡는 방식(어구어법)이 달라 서로 다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성 회장은 "남측 어민들도 어구어법이 다르면 서로 다투는데 북측 어민들과 좁은 수역에서 공동어로하면 분쟁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성 회장에 따르면 연평도 어민들은 다짜망 안강만 통발 등을 이용해 꽃게잡이를 하는데 북측 어민들은 자망을 통해 조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선도 남측 어선이 커 어획능력의 차이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자원남획 가능성이다. 성 회장은 "공동어로구역을 정해 못 잡던 곳에서 고기잡이를 하라면 1~2년은 좋아도 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생태보존구역을 만들어 자원회복수역으로 지정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어민 박씨는 "지금 우리나라에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생태보존구역이 없는데 통일이 돼도 이를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바다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탁상에서 정치적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연평도어민들 주장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한반도수산포럼은 지난 4일 연평면사무소에서 어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어민들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포럼은 다음달 14일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같은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박덕배 포럼 고문은 "이곳 어민들이 평화수역은 찬성하고 공동어로는 반대한다고 여러차례 밝혔는데 정부가 공동어로라는 문구를 고집하는 것은 공동어로를 처음 언급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바다현실에 맞는 사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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